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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
  • 저자이유주
  • 출판사생각비행
  • 출판년2019-07-2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8-20)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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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의 마음이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이 사회는 여성들이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분석하려 하지 않으면서 페미니스트들이 태생부터 유별난 사람들인 것처럼, 마치 외계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사람들인 것처럼, 간단히 그들을 ‘혐오 세력’으로 규정하곤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외계에서 뚝 떨어진 존재도 아니고, 어디 고립된 섬에 따로 모여 살고 있는 이방인이 아니다. 페미니스트들 역시 남성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누군가의 딸, 오누이, 여자 친구였던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갑자기 참여 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논쟁이 치열해졌고, 그 와중에 상처 받고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리는 동료들도 늘어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 사회는 페미니스트들을 단순히 ‘이기주의자’로 규정하고, 성별 대립을 ‘상호 혐오’ ‘이성 혐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론적 해석은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내적 갈등과 사건들을 생략하므로 옳지 않다. 여성주의는 지금까지 보던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이며, 이 과정은 수많은 혼란과 주저함, 갈등을 거치며 이루어진다.

    현 사회에서 남성이 기득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별에 관계없이 강자를 선망한다. 열렬히 여성의 편을 드는 남성은 거의 없지만, 열렬히 남성의 편을 드는 여성들이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이다. 여성 페미니스트들조차도 자신 안에 있는 여성 혐오를 발견하고 놀라고 반성하기를 반복하는데, 어떻게 남성들이 여성 혐오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남성을 대적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꾸만 강자의 위치를 선망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는 자신 안의 비겁함을 직면하고 맞서 싸우는 일이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여성들은 이 내면의 전쟁만으로도 이미 녹초가 되고 만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여성의 종속》이라는 저서에서, 여성에 대한 지배가 다른 모든 종류의 지배보다 더욱 끔찍한 것은 바로 여성의 마음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성별 싸움은 이처럼 여성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다. 남성들은 여성을 진심으로 남성의 이해관계에 동조하게 만들기 위해, 여성인 척 여성 커뮤니티에 잠입하여 여성들을 훈계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여성에게는 ‘개념녀’라는 훈장을,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는 ‘김치녀’라는 모욕을 줌으로써 여성들의 행동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

    여성운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운동은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려 하는 남성의 시도에 맞서 싸우는 일이며,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미 자기 자신과의 싸움만으로도 충분히 지친 사람들은 동료를 포용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 최근 여성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일이 늘어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 몇 년간의 싸움으로 지쳐 있는 페미니스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커다란 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남성으로부터 지켜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싸움을 한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82년생 김지영》 이후의 페미니즘



    2018년 한 해 동안 《82년생 김지영》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이슈가 되었고, 그 후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국내에서만도 1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나갔다. 그러자 ‘82kg 김지영’이니, ‘90년생 김지훈’이니 하면서 한국 남성들의 조롱도 이어졌다. 젊은 남성들은 ‘저런 차별은 82년생들이나 겪은 거지, 더 어린 여성들은 경험한 바가 없다, 이미 성차별은 사라졌다.’라고 주장하지만 웬걸, 오히려 더 어린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조차 너무 온건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82년생 김지영》이 한국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페미니즘을 소수 엘리트 여성의 것에서 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의 것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조남주 작가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한국에서 페미니스트 작가로 가장 유명한 이는 공지영 작가였다. 이 두 페미니즘 작가 사이에는 커다란 시간차가 있었으며, 그사이 한국 사회는 참 많이 변했다. 그 변화의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페미니즘의 필요성이 엘리트 여성에게서 다수의 평범한 여성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고, 조남주 작가는 시의적절하게도 이 점을 잘 포착해냈다.

    공지영 시대의 페미니스트만 보더라도 나름대로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난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이었다. 그걸 보면서 평범한 여성들은 ‘나 같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외쳐도 될까?’ 하고 주저하기도 했고, 거꾸로 엘리트 여성이라면 응당 페미니스트여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의 등장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많이 완화되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를 페미니즘에 대한 평범한 여성들의 갈증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차별’이라는 것이 뭔가 대단한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두고서만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불편함에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이 소설이 말해준 것이다. 거기서 많은 여성은 자신들이 느끼던 막연한 고통을 설명할 언어를 찾을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은 지극히 평범하다. 이 사회를 바꾸리라는, 혹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서겠다는 야망을 가진 엘리트 여성도 아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선거권이 일시에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부자 남성, 그다음에는 평민 남성, 그다음에는 흑인 남성, 그다음에 여성에게 주어졌듯이, 페미니즘 역시 처음에는 엘리트 여성에게만 주어졌다가 서서히 평범한 여성들에게로 확장되는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말해주었다. 여자라고 더 잘할 필요 없다고, 그리고 성평등을 주장하기 위해서 굳이 뛰어난 성취를 거둬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바로 이 메시지에 여성들은 열광했다. 이제 평범한 여성 대중을 위한 페미니즘이 이전의 것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더 많이 논의해야 할 때이다.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평범한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꿰뚫는다. 왜 평범한 여성들이 ‘개념녀’가 되길 포기하고 ‘이퀄리즘’(성별 불평등을 스스로의 주체적인 선택의 결과로 여기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용어)을 비판하는지, 왜 페미니스트가 ‘탈코르셋’을 주장하며 ‘미러링’이란 방법을 동원하는지, 왜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하며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와 ‘연공서열제’를 비판하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진정한 자유를 위해 ‘여성 혐오’와 ‘여성 착취’에 왜 연대하여 맞서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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