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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저자법정 글씨
  • 출판사책읽는섬
  • 출판년2017-02-1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3-3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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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붓장난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써 보기도 했고 친지들에게 궁금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산의 자태를 담아 보기도 했고

    내 앞에 놓인 찻잔에서 풍겨 나오는 차향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원고지에 반듯반듯 금 그어진 많은 칸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_2008년 8월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전문 첫 공개

    “행복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찾아옵니다”




    1998년 2월 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 제대 앞에 잿빛 승복을 입은 승려가 섰다. 법정 스님이었다. 두 달 전인 1997년 12월 14일에 길상사 낙성법회를 갖는 동안 예고 없이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불자들과 음악회를 즐기고 축사를 했던 것의 답례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론에서 법정 스님은 경제 담론에 함몰된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산업구조와 부를 숭상하는 풍조 속에서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행복의 참된 가치를 말하며, 진정한 행복은 가난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아름다움이자 삶의 미덕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빈의 덕을 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의 이 명동성당 강론은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를 하지 않아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강론의 일부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반들에게 강조하고는 했다. ‘상대방의 언어’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언행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의 이러한 지론은 명동성당 강론뿐만 아니라, 가르멜 수녀원에서 행한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법정 스님의 강론과 강연을 접한 천주교 신자와 수녀들은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평했다. 타 종교의 성직자나 수도자들과 허물없이 교류할 수 있었고 글로써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탁월했던 법정 스님의 재능 덕분이라고 현장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천주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나 모두 한 보따리 안에 있는 것”




    2010년 9월 3일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는 ‘이웃 종교의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현장 스님은 종교 교류의 모범적인 활동을 보인 불가의 승려로 법정 스님을 꼽고 과거의 행적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이 크리스천아카데미의 운영위원과, 함석헌 선생이 펴낸 교양잡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 등을 알아낸다.

    또 현장 스님은 천주교 신자들과 법정 스님의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불일암을 찾아오는 법정 스님의 독자 팬 중에는 유독 천주교 신자가 많았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천불교 신자’라고 지칭했다. 법정 스님 역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을 치른 뒤 현장 스님이 불일암에 올랐을 때였다. 한 천주교 신자가 묵주를 돌리며 불일암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는 초당대학교의 문 교수로,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법정 스님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대학 등록금을 대준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더 소개하라고 하여 세 명의 친구 역시 도움을 받았다.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된 그들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스님의 뜻에 따라 지금껏 함구하고 있다가 스님 입적 후에야 사실을 밝힌다고 현장 스님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문 교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를 당해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내심 마음이 상했던 그는 불일암으로 법정 스님을 찾아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가 나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불만을 토하며 불교로 개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법정 스님은 “천주님은 더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려는 것”이라며 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길상사의 관음상이 가톨릭미술가협의회 회장이었던 최종태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일(그래서 사람들은 이 관음상을 ‘마리아 관음’이라 부른다), 이해인 수녀와 오랜 세월 나누었던 우정 등 법정 스님의 다양한 종교 교류 활동이 현장 스님의 발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선시

    “연락 없이 떠나와 죄송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세요.”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붓으로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법정 스님은 이 붓글씨 쓰는 것을 스스로 ‘붓장난’, ‘먹장난’이라 불렀는데, 지인과 도반들에게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때면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보내고는 했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수도하는 산승에게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들의 안부를 묻는 ‘붓장난’은 유일한 낙이었으리라.

    이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에 나타나는 최초의 편지는 이 책의 엮은이인 현장 스님이 출가하기 전이었던 1974년의 것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장 스님에게 법정 스님은 출가수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전하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출가하고자 하는 조카의 의지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그동안 현장 스님이 스스로를 경책하는 뜻으로 가끔 꺼내 보던 것을 편지를 받은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지인들은 법정 스님이 보내온 글을 표구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살뜰히 간직해오다가 2010년에 현장 스님과 뜻을 모아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무소유의 향기’라는 이름의 법정 스님 선묵전을 열었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손 편지와 연하장은 이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에서는 지인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과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풍경이 엿보인다. 홀로 수행하는 상좌를 걱정하고, 수도자의 자세를 다듬도록 격려하며, 세상의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릇된 행위를 질책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응원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법정 스님의 꼼꼼한 글씨 속에 담겨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우표가 도착한 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은 법정 스님이 보이고, 산과 새와 꽃과 풀, 구름 말고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수도승의 피땀 어린 정진이 보인다.

    이 책의 끝에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사를 실었다. 오랜 세월 법정 스님과 오누이 같은 정을 나누었던 이해인 수녀의 그리움이 마음을 적신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자 선승, 명수필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없이 친절하고 소탈했으며 사랑이 깊었던 한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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